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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자기 홀극

일상에서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는 생소한 용어다. 하지만 일단 그 속뜻을 알고 나면 아주 쉽게 이해가 간다. 자석은 한쪽이 N극이면 다른 쪽은 항상 S극이다. 길이가 한 뼘쯤 되는 막대자석을 반으로 자르면 짧은 자석 두 개가 된다. 그 두 자석 모두 한쪽은 N극이고 반대쪽은 S극이다. 계속해서 반으로 나눠도 항상 한쪽은 N극이고 다른 쪽은 S극이 된다. 심지어는 N극 끝에서 조금 떼어내도 그 조각의 반대쪽 끝은 여전히 S극이다.     하지만 전기는 그렇지 않다. 양성자는 +전하만을 띄고 전자는 -전하만을 갖는다. 전기는 +와 -가 각각 독립해서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마치 전기의 예처럼 자기 홀극이란 N극이든 S극이든 한쪽 극만 갖는 상상 속의 자석을 말한다.   1980년경 미국 MIT 공대 대학원생이던 앨런 구스는 왜 자석은 전기처럼 독립된 N극과 S극이 존재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빅뱅 직후 존재했던 자기 홀극이 왜 지금은 발견되지 않는지 알고 싶었다. 오랜 기간 연구를 거듭했지만, 그는 결국 자기 홀극을 발견하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좀 뚱딴지 같은 결론을 내렸다. 빅뱅 후 우주가 급팽창하게 되어 공간이 엄청나게 커지자 자기 홀극 입자가 희석되어서 눈에 띄기 힘들다는 이론이다.     쉬운 예를 들어 어느 작은 연못에 물고기가 많아서 물 반, 물고기 반이란 말을 할 정도였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 그 연못이 태평양만큼 커지자 그 많던 물고기가 다 어디로 갔는지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앨런 구스가 우주 급팽창 이론을 처음으로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이 그의 이론에 동의하지 않았다. 우주가 급팽창하는 바람에 자기 홀극이 희석되어 찾기 불가능하다니 정신 나간 사람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빅뱅 후 우주 온도가 내려가면서 상전이 현상이 생기고 거기에서 발생한 엄청난 에너지가 우주를 급팽창시켰다는 이론이 탄력을 받자 그동안 빅뱅 이론의 문제점이던 우주 지평선 문제, 우주 편평도 문제, 그리고 자기 홀극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되어 버렸다.     정신 나간 대학원생의 얼토당토 않은 이론인 줄 알았는데 앨런 구스의 우주 급팽창 이론은 우주의 진화 과정을 아주 잘 설명해 주었다. 지금은 빅뱅 이론과 함께 우주 급팽창 이론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최근에 일단의 한국 과학자들이 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해서 난리가 났다. 지금은 세계 여러 연구소에서 검증하고 있다. 초전도체의 성격상 회의적인 시선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혹시 앨런 구스가 찾던 자기 홀극을 발견한 것이 아닌가 의심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우주에 존재하는 힘이 4가지라고 알고 있지만, 어떤 학자들은 다섯 번째 힘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관측되지 않아서 잘 모르기는 하지만 우주 대부분을 차지하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도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고, 블랙홀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물리학도 나올 것이다.     무엇보다도 상온 상압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는 수소 핵융합 발전과 함께 우리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다. 백여 년 전에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라고 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도 피부로 느낄 수 없는 얘기지만, 사실이다. 어쩌면 우리는 아주 새로운 미래에의 전야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우주 급팽창 우주 지평선 우주 온도

2024-02-09

[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관측 가능한 우주

우주는 무한히 커지고 있으며 관찰점에서 멀어질수록 더 빠른 속도로 팽창한다. 그런데 관찰점에서 어느 정도의 거리를 넘어서면 팽창 속도가 빛보다 빠르다. 물론 우리 우주에서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 그러나 빛이 여행하는 공간 자체가 빛보다 빠른 속도로 팽창한다. 팽창하는 공간에서도 빛의 속도는 여전히 우주에서 가장 빠르다. 따라서 빛보다 빠른 속도로 후퇴하는 곳에 어떤 천체가 있다면 그곳에서 지구를 향해 출발한 빛은 아무리 날아도 우리에게 도달하지 못하게 되므로 그 천체는 영원히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 경계를 우주 지평선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우주 지평선 바깥은 도무지 알 방법도 없고, 어떻게 보면 우리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곳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신이 창조했다고 믿는 우주의 중심에서 살았다. 그래서 우주의 중심에는 항상 지구가 있었다. 관측 가능한 우주 역시 그 중심에는 지구가 버티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어서가 아니라 관측자가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안드로메다은하에 사는 외계인이 관측 가능한 우주를 그린다면 안드로메다은하가 우주의 중심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어디서 관측하느냐에 따라서 관측 가능한 우주의 영역이 달라진다.   빅뱅우주론에 의하면 지금부터 138억 년 전에 대폭발이 있었고, 그 후 우주는 계속 팽창했다. 그러므로 빛이 여행할 수 있는 최장 거리는 빅뱅의 시작부터인 138억 광년이다. 그런데 빅뱅 직후 우주는 인플레이션이라는 급팽창을 했기 때문에 계산보다 훨씬 더 커진 우주에서 실제로 빛이 여행한 거리는 138억 광년이 아니라 465억 광년이라고 한다. 그것이 관측 가능한 우주의 반지름이므로 전체 관측 가능한 우주의 규모는 그 지름인 930억 광년이다.   관측 가능한 우주 바깥에도 무엇인가 있겠지만 빛이 우리에게까지 올 수 없어서 볼 수 없으니 우리와 상관없다. 그런 경계인 우주 지평선은 지구를 중심으로 모든 방향으로 빛이 465억 년 걸려서 도착할 수 있는 지점을 잇는 큰 공처럼 그릴 수 있다. 그러므로 관측 가능한 우주란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빛의 속도로 930억 년 걸리는 상상 속 공의 안쪽이다.     그러나 빛의 속도를 내려면 우주선의 길이가 없고 무게도 없어야 하는데 설령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달해서 그런 비행체를 만들 수 있다고 해도 930억 년은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세월이 아니다.   아무리 천문학적인 숫자라고 해도 그 정도면 우리의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다시 정리해 본다. 달은 지구를 돌고,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태양과 같은 별이 수천억 개가 모여서 은하가 되고, 그런 은하가 다시 수천억 개가 모여서 우주를 이룬다. 그런데 가속 팽창하는 우주의 어떤 지점부터는 팽창 속도가 빛의 속도를 능가하게 되고 그곳을 우주 지평선이라고 부른다. 관찰점인 지구에서 사방팔방으로 우주 지평선을 연결하면 둥근 공 모양이 되는데, 이 거대한 공의 안쪽을 관측 가능한 우주라고 부르며 이것이 우리의 실제 우주다. 설령 그 바깥에 무엇이 있다고 해도 우리와는 상관없으니 알 필요가 없다.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적게는 수천억에서 많게는 2조 개 정도의 은하가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 이야기 관측 우주 우주 지평선 직후 우주 우주 바깥

2023-06-16

[박종진의 과학이야기] 우주 급팽창 이론

137억 년 전에 빅뱅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제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빅뱅 이론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전문적인 용어여서 우리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우주 지평선 문제, 우주 평탄성 문제, 그리고 자기 홀극 문제가 그것이다.       모든 것이 상대적인 우리 우주에 절대적인 것이 단 하나 있다면 바로 빛의 속도다. 이 세상에 어느 것도 빛보다 빠를 수 없다. 빅뱅으로 생긴 그 어떤 것이라도 아무리 빨라야 결국 빛의 속도로 우주 공간으로 퍼져나간다.     그런데 빅뱅의 결정적인 증거인 우주배경복사를 관찰하면 전 우주는 거의 같은 온도 분포를 보인다. 우주 전체가 지금처럼 열적평형 상태가 되려면 빛보다 빠른 속도의 온도 이동이 있어야 한다는 모순이 생겼다. 이것이 우주 지평선 문제다.   우주의 미래는 현재 우주를 이루고 있는 물질의 밀도와 맞물려 있다. 밀도가 임계치보다 낮으면 우주는 수축하여 깨져버릴 것이고, 높으면 찢겨서 끝날 텐데 지금 우리 우주는 일부러 미세 조정된 것처럼 정확히 임계치를 유지하며 팽창하고 있다. 이것을 우주 평탄성 문제라고 한다. 아주 전문적인 내용이므로 일반인들에게는 오히려 이해가 안 가는 것이 맞다.   전기에는 음극과 양극이 존재하며, 음의 전하를 띤 전기 입자를 전자라고 한다. 그런데 자기는 아무리 작게 잘라내도 한쪽은 N극, 반대쪽은 S극이 된다. 1980년 엘런 구스는 자기도 전기처럼 한쪽 극만 갖는 입자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이론상이긴 하지만 빅뱅 때 흔했던 자기 홀극, 다시 말해서 N극이나 S극 하나만 가진 입자를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성과가 없었다.     실망한 그는 엉뚱한 상상을 했다. 예를 들어 물고기 반, 물 반이던 어떤 작은 호수가 있다고 하자. 어느 날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호수가 바다처럼 커지자 그 많던 물고기 보기가 힘들어졌다. 물고기의 총수는 그대로인 데 반해 호수가 엄청나게 커지니까 물고기가 보이지 않았다는 소리다. 다시 말해서,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자기 홀극 입자는 한정되어 있는데 우주 전체가 엄청나게 커져서 희석되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연구 성과를 내야 한다고 해도 과학자로서 할 수 있는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말입니다, 빅뱅 후 우주가 갑자기 엄청나게 팽창해버렸다고 가정하자 자기 홀극 문제뿐만 아니라 지평선 문제, 편평도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되었다. 무엇이 실제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가 커져 버렸다는 엘런 구스의 뚱딴지 같은 인플레이션 이론으로 궁지에 몰린 빅뱅 이론은 다시 우뚝 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엘런 구스의 우주 급팽창 이론은 빅뱅 이론과 함께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137억 년 전에 빅뱅이 있었다. 그 직후 우주는 짧은 시간에 엄청난 팽창을 했다. 그렇게 부푼 우주는 다행히 우리 우주의 물질 밀도가 딱 임계치여서 우주는 별 탈 없이 운행되고 있다. 우주 시간으로 찰나를 사는 인간은 우주의 미래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숙주를 떠나서 고작 몇 시간 사는 바이러스가 인류의 미래를 염려하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작가)   박종진박종진의 과학이야기 급팽창 우주 우주 급팽창 우주 지평선 우주 시간

202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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